리비아는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사하라 사막이 만나는 지점에서 고대부터 다양한 문명과 교류해 온 나라로, 그 문화유산 역시 복합성과 독창성을 자랑합니다. 특히 민속예술은 오랜 시간 동안 구술 전통과 공동체적 실천 속에서 전해져 내려오며, 리비아인의 정체성과 감성을 표현해 온 중요한 문화적 자산입니다. 이 글에서는 리비아 민속예술의 중심축인 음악, 무용, 조각을 중심으로 그 의미와 지역적 특색, 사회적 역할을 정리해 소개합니다.
1. 리비아 민속예술 음악
리비아 민속예술 음악은 단순한 예술 장르를 넘어 공동체 정체성의 근간이자, 전통과 기억을 담아내는 구술문화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북아프리카 및 아랍 세계와 맞닿아 있는 리비아의 지리적 특성 덕분에, 이곳의 전통 음악은 지중해 연안의 우아한 멜로디와 사하라 유목민의 리드미컬한 타악 리듬, 중동의 아라비아 음악 양식이 복합적으로 융합된 독특한 양상을 띱니다.
대표적인 음악 형식 중 하나는 말후나(Malhouna)입니다. 말후나는 시와 노래가 결합된 전통 구술 음악으로, 특히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부릅니다. 주제는 삶의 지혜, 가족, 사랑, 이별, 사회 풍자까지 광범위하며, 음악은 반복적인 멜로디와 느린 박자로 구성되어 있어 서정성이 짙습니다. 노래는 주로 아라비아 방언으로 구사되며, 지역에 따라 억양과 악기 구성에 차이가 있습니다. 여성들끼리 주고받으며 부르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결혼식, 출산, 장례 등 다양한 의례적 상황에서 불립니다.
또 다른 대표적 음악은 자파(Zaffa)입니다. 자파는 전통 혼례 퍼레이드에서 연주되는 음악으로, 남성들이 북과 피리, 심벌즈 등을 들고 신랑을 앞세워 동네를 행진하며 연주합니다. 이 음악은 빠른 리듬과 강한 비트로 구성되어 있어 흥을 돋우는 기능을 하며,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축제를 즐기며 참여하게 만드는 집단적 통합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자파의 선율은 결혼이라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축복과 격려를 상징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통 결혼식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입니다.
노동요 또한 리비아 민속 음악의 중요한 갈래입니다. 농업, 목축, 양모 세척, 방적 등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불리는 이 노래들은 단순한 리듬 반복을 통해 노동의 흐름을 정돈하고, 공동작업을 유도하는 기능적 음악입니다. 특히 여성 공동체 내에서는 가사 노동이나 수공예 작업 중 리듬을 맞추기 위해 부르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동시에 여성들 간의 소통과 정서 공유 수단으로도 활용되었습니다.
리비아의 전통 악기 구성도 주목할 만합니다. 타악기인 다르부카(Darbuka), 벤데르(Bendir), 멜로디를 담당하는 나이(Nay), 루트(Oud) 등이 대표적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나무 피리나 사슴가죽으로 만든 타악기를 사용하기도 하며, 각 악기는 부족별 상징과 장인정신이 담긴 장식으로 차별화됩니다.
이슬람 신비주의 수피즘의 영향도 음악 실천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일부 지역 공동체에서는 반복적 리듬과 찬송을 통한 영적 몰입, 즉 딕르(Dhikr)를 행하며, 이는 음악과 종교, 의례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이러한 수피 음악은 인간과 신의 교감을 신체화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예술로 간주됩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한 퓨전 음악도 등장하고 있으며, 젊은 예술가들이 전통 리듬과 현대 악기를 결합한 실험을 통해 민속 음악의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튜브,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기록과 유통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리비아 민속 음악은 점차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전통 예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 움직임으로 말하는 예술, 리비아 민속 무용
리비아 민속 무용은 음악과 마찬가지로 공동체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 집단 감정을 표현하는 중요한 전통 예술입니다. 이 무용은 정형화된 공연 예술이라기보다, 행사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실천적 예술로,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식과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용은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며, 복장, 도구, 움직임이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복합적 문화 표현입니다.
리비아의 대표적인 민속 무용 중 하나는 알 아르다(Al Ardha)입니다. 이는 서부와 중부 리비아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남성 집단 무용으로, 부족 간 연대와 용맹을 표현하기 위해 행해집니다. 무용수들은 일렬로 정렬한 뒤,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르고 검이나 지팡이를 들고 동작을 취하며 이동합니다. 이는 과거 부족 전쟁이나 전투 이후 공동체의 승리를 기념하거나, 결혼식에서 신랑 가문의 위상을 과시하는 기능을 갖기도 했습니다.
남성 무용이 직선적이고 박진감 있는 동작 중심이라면, 여성 무용은 감성적이며 유연한 흐름이 중심입니다. 특히 남부 리비아의 투아레그 부족 여성들은 손에 천을 들고 회전하며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독특한 무용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손목의 회전, 발끝의 리듬, 허리의 선을 강조하는 움직임은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여성성의 우아함과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무용은 특정 의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식에서는 신부의 가족과 신랑 측 가족이 각각 다른 춤을 선보이며, 이는 축하와 환영의 의미뿐 아니라 상징적 경쟁과 화합을 표현합니다. 출산을 기념하는 여성 무용, 장례 후 영혼의 안식을 기원하는 슬로우 댄스 등, 의례적 맥락 속에서 무용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동체의 감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합니다.
무용 시 복장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무용 자체의 일부입니다. 여성은 종종 금속 장신구와 밝은 색상의 드레스를 입으며, 움직일 때마다 장신구의 흔들림과 소리가 음악의 일부로 작용합니다. 남성은 전통적인 흰색 혹은 베이지색의 로브형 복장을 입고, 때로는 터번이나 검 장식 등으로 전사적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무용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체득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며, 명절과 축제에서 직접 참여하면서 동작을 익히고 문화를 내면화합니다. 이처럼 무용은 문자와 언어를 넘어서 세대 간 전통을 이어주는 실천적 도구이며, 공동체 기억을 몸으로 전승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전통 무용을 공연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민속 예술단, 지역 문화센터, 축제 퍼포먼스 등에서 무용은 리비아의 문화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디지털 영상으로 기록되어 미래 세대와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3. 조형에 담긴 상징, 전통 조각 예술
리비아의 조각 예술은 자연과 조상의 정신, 종교적 신념, 일상의 실용성이 결합된 독특한 형식을 지닙니다. 이는 고대 로마와 베르베르 전통의 유산, 이슬람의 장식미, 아프리카 대륙의 상징주의가 복합적으로 융합된 결과이며, 특히 나무, 돌, 금속, 점토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수공예가 중심을 이룹니다.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재료는 나무입니다. 목재 조각은 문, 가구, 보관함, 기도구 등에 활용되며, 대칭적 문양과 반복적 곡선이 특징입니다. 이는 이슬람 예술의 기하학적 아름다움과 결합되어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미학을 보여줍니다. 특히 가정의 출입문이나 보물상자에는 가족의 상징이나 부족 문양이 조각되어, 기능을 넘어 정체성과 신앙의 표시가 됩니다.
사하라 지역의 티부와 투아레그 민족은 금속을 활용한 소형 조각품을 제작해왔습니다. 이는 말안장 장식, 칼 손잡이, 장신구 등에서 자주 발견되며, 정체성과 영적 보호, 신분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금속 조각품은 종종 이동 가능한 예술로서, 유목 생활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집니다.
점토 조형은 남부 내륙 지역에서 발달한 예술 형식입니다. 주로 의식용 조각, 미니어처 주택 모형, 토기 등이 만들어졌으며, 이는 실용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지닌 민속 예술로 간주됩니다. 특정 여성 공동체는 점토를 이용해 의례용 인형이나 출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들어 가정에 두거나 명절마다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에 들어 리비아의 전통 조각은 미술교육, 박물관 전시, 관광상품 개발 등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전통 문양을 활용한 현대 조형 예술이 부활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와 현재, 기능과 예술, 신앙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