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는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 사이에 위치한 북아프리카의 나라로, 고대부터 다양한 문명과 민족이 교차하며 풍부한 전통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계승된 리비아의 문화유산은 건축과 언어뿐 아니라 춤, 노래, 장신구와 같은 일상예술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특히 리비아 각지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 춤과 노래, 그리고 지역별로 다채로운 장신구 문화는 민족 정체성과 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본문에서는 문화유산 애호가를 위해 리비아의 춤, 노래, 장신구에 담긴 의미와 아름다움을 세 가지 소제목으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1. 문화유산 애호가를 위한 리비아 전통 춤
리비아의 전통 춤은 단순한 예술적 퍼포먼스를 넘어서, 공동체의 역사와 정체성을 몸으로 표현하고 전승하는 상징적 행위입니다. 지역과 부족에 따라 춤의 형태, 음악, 의상, 의미는 다양하게 달라지며, 각 춤은 해당 공동체의 가치관과 사회적 구조를 반영합니다. 춤은 리비아 사회에서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이어가는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기능해 왔습니다.
서부 리비아, 특히 트리폴리 지역에서는 ‘알 아르다(Al Ardha)’라는 군무 형태의 전통 춤이 대표적입니다. 알 아르다는 남성들이 일렬로 서서 북과 나팔 소리에 맞춰 발을 구르며 검이나 지팡이를 휘두르는 춤으로, 부족의 용기와 단결, 역사적 영웅담을 재현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 춤은 결혼식이나 공공행사에서 자주 등장하며, 단체 구성원 전체가 동작을 맞추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협력 정신이 강화됩니다.
남부 지역, 특히 투아레그와 티부 부족이 거주하는 사하라 지역에서는 춤이 보다 상징적이고 시각적 표현이 강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투아레그 여성들은 주로 결혼식, 출산 축하, 계절 축제 등의 자리에서 특유의 손짓과 발동작, 회전 동작을 통해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 춤에서는 머리에 두른 천이나 착용한 장신구를 활용해 시선을 유도하며, 상하체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강조합니다. 춤을 추는 공간은 종종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어, 안쪽에서 춤을 추고 바깥쪽에서 가족과 친척들이 구호나 박수로 호응합니다.
춤의 주제는 단순한 기쁨의 표현이 아닌, 종종 부족의 기원 신화, 특정 역사적 사건, 전설 속 인물을 주제로 삼기도 합니다. 무용은 말보다 오래 남는 집단 기억의 매개로 기능하며, 이를 통해 세대 간 문화가 전해집니다. 특히 교육이 제한적이었던 지역에서는 춤과 음악을 통해 어린 세대에게 공동체의 규범, 가치, 역사, 심지어 성 역할까지도 자연스럽게 전달되었습니다.
리비아의 전통 춤은 종교적 요소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부 수피즘 계열에서는 반복적인 리듬과 움직임을 통해 일종의 영적 몰입을 유도하며, 이는 예배의 연장선상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수피 음악과 함께 이루어지는 의식무용은 인간과 신의 교감을 체화하는 방식으로, 예술과 신앙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현대에 들어 리비아의 전통 춤은 관광산업, 민속축제, 해외 문화 전시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으며, 도시 지역의 젊은 세대는 이를 재해석하여 현대무용과 결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농촌과 부족 중심 지역에서는 여전히 춤이 공동체 의례의 핵심 요소로 기능하며,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존중받고 있습니다. 리비아의 춤은 그저 전통이 아니라, 문화유산 애호가들에게역사와 정체성, 공동체의 감정을 통합하는 ‘움직이는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리비아 전통 음악
리비아의 전통 음악은 구술문화의 핵심이자, 집단적 기억과 정체성을 보존하고 재현하는 강력한 문화 자산입니다. 음악은 리비아인의 일상, 종교적 실천, 역사적 경험, 감정 표현까지 아우르며, 지역과 부족마다 고유한 형식과 의미를 지닙니다. 음악은 듣는 예술이면서 동시에 배우고 나누는 실천적 전통이며, 말보다 오래 남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전통 음악 형식은 ‘말후나(Malhouna)’입니다. 이는 시와 노래가 결합된 민속 예술로, 주로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부르며, 특정 멜로디와 리듬 구조를 기반으로 삶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합니다. 말후나는 자주 즉흥적으로 작곡되며,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기념하거나, 사회적 풍자와 교훈을 담기도 합니다. 여성 가수는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이야기꾼이자 교육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트리폴리와 벵가지 등 해안 도시에서는 아랍 클래식 음악과 지중해 연안 문화가 융합된 세련된 민속음악이 발달했습니다. 루트(oud), 리크(riq), 다르부카(darbuka) 등의 악기를 활용하여 멜로디가 부드럽고 감성적인 특징을 갖습니다. 이들 음악은 사랑, 그리움, 도시인의 감정 등을 표현하며, 남녀 모두가 연주와 노래에 참여하는 개방적 형태를 보입니다.
반면, 남부 사하라 지역에서는 음악이 공동체적 의례와 결합된 실용적 성격을 띕니다. 예를 들어 ‘사파르(Safar)’라는 노래는 장거리 여행 전에 부르는 출정가로, 여정의 안전과 성공을 기원합니다. 장례식에서는 고인을 위한 추모 노래가 불리며, 이를 통해 고인의 삶과 업적을 공동체 전체가 회상하고 기억합니다. 이러한 노래는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서 집단 정체성 형성과 기억의 연장선상에서 기능합니다.
이슬람적 가치가 강한 지역에서는 종교와 음악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금요예배 전후로 부르는 종교 성가는 꾸란 낭송의 리듬과 유사하며, 신앙심을 고양시키는 기능을 갖습니다. 수피즘 전통을 계승한 지역에서는 ‘지크르(dhikr)’라는 반복적 찬송이 이루어지며, 이는 음악과 의식, 명상, 집단 수행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해 왔습니다.
교육적 측면에서, 리비아 전통 음악은 어린이에게 전통 가치와 언어, 사회 규범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도구였습니다. 어머니가 불러주는 자장가, 명절마다 부르는 계절 노래, 농사일에 맞춰 부르는 노동요 등은 교육, 오락, 신앙이 결합된 실천적 문화 교육방식이었습니다. 이 음악은 학교 밖에서도 지식과 감정, 역사적 경험이 이어지는 구술 전통의 핵심이었습니다.
오늘날, 리비아의 전통 음악은 현대화의 흐름 속에서도 꾸준히 보존되고 있으며, 민속학자, 문화예술 단체, 지역 공동체의 노력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아카이빙, 젊은 음악가들의 퓨전 작업 등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문화적 실험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리비아의 전통 음악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오늘도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입니다.
3. 전통 장신구의 상징 세계
리비아의 장신구 문화는 단순한 장식품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지위, 종교적 신념, 부족 정체성, 가족의 명예 등을 상징하는 복합적 상징체계입니다. 특히 여성의 장신구는 신분의 표시이자 세대 간 전승되는 유산이며, 각 지역과 부족마다 독특한 디자인과 재료, 착용 방식이 존재합니다.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재료는 은입니다. 이는 이슬람 문화에서 금보다 은이 겸손과 순수함을 상징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은 목걸이, 팔찌, 귀걸이, 이마장식, 코걸이 등 다양한 형태의 장신구를 착용했으며, 특히 결혼식이나 명절에는 금속 장신구에 자수, 유리알, 조개껍질, 유약을 입힌 도자기 조각 등을 추가하여 더욱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투아레그 여성의 장신구는 심플하지만 상징성이 매우 강합니다. 목걸이 하나에도 보호의 의미를 가진 문양이 새겨져 있고, 귀걸이에는 부족의 위치를 나타내는 기하학적 도안이 담겨 있습니다. 반면 트리폴리와 해안 지역에서는 오스만 제국과 지중해 문화의 영향을 받아 유럽식 세공 기법이 더해진 정교한 금속공예 장신구가 발견됩니다. 이들 장신구는 결혼지참금의 일부로도 사용되며, 때로는 가족 간 유산으로 물려지기도 합니다.
장신구에는 다양한 상징이 깃들어 있습니다. 나선형은 생명의 순환, 초승달은 여성성과 신성, 별 모양은 신의 보호를 의미합니다. 일부 부족에서는 특정 장신구의 착용만으로도 여성의 혼인 여부, 자녀 수, 가문 출신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장신구는 언어 이상의 정보를 담고 있는 문화 코드입니다.
오늘날에는 이 전통 장신구를 현대화하여 액세서리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도 많아지고 있으며,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문화 상품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장신구는 여전히 가족의 명예와 정체성을 담은 유산으로 간주되며, 그 의미와 기능은 단순한 미적 가치 이상을 지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