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경상도 지역은 한국사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지역 중 하나로,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명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특히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현대까지 각 시대적 상황에 따라 지명이 변화하거나 새롭게 설정되면서 지역적 특색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부산과 경상도의 옛 지명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시대별로 분석하고, 그 변화의 의미와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화적 가치를 살펴보겠습니다.
1. 삼국부터 조선까지 부산·경상도 지명의 역사적 변천
부산과 경상도 지역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의 중요한 무대였으며, 각 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지명 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삼국시대 당시 부산 지역은 신라의 영토였고, 경상도 대부분은 신라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부산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지명 중 하나인 '동래(東萊)'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지명으로, 동쪽의 비옥한 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신라는 동래를 포함한 해안 지역을 군사적·상업적 요충지로 활용하며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서라벌)는 삼국시대 최고의 정치적 중심지로, 경상도의 다른 지역들과 비교해볼 때 가장 오래된 지명과 역사적 의미를 지닌 도시입니다. 서라벌이라는 옛 지명은 이후 경주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으나, 신라 천년 수도라는 역사적 배경 덕분에 그 중요성이 유지되었습니다. 경주를 중심으로 경상도 내 여러 지역은 신라의 행정체계에 따라 지명이 설정되었고, 그 과정에서 각 지역의 자연적 특성이나 전설, 풍수 사상 등이 지명에 반영되었습니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면서 경상도 지역의 지명은 다시 한번 정비되었습니다. 고려는 전국을 5도 양계 체제로 나누고 지방 행정을 강화하면서 군현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이때 부산 지역도 고려의 행정구역 체계에 따라 동래, 기장 등 주요 지역 단위 지명을 설정하게 됩니다. 고려시대에도 동래 지역은 해상 무역과 군사적 방어 거점으로 활용되었으며, 지금의 부산 일대에 해당하는 지역이 점차 발전하게 됩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중앙집권적 행정체계의 확립과 함께 전국 지명이 다시 정비되었습니다. 조선 태종과 세종대에 걸쳐 전국적인 행정구역 정비 사업이 추진되었고, 경상도 지역 역시 기존 지명을 유지하면서도 부·목·군·현 체계에 맞추어 행정단위를 세분화하였습니다. 부산 지역은 조선시대 '동래부'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되었으며, 이는 조선 후기까지 군사적 요충지이자 일본과의 외교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당시 동래부는 왜관 설치, 통신사 파견 등 국제 교류의 중심지였으며, 동래부의 주변 지역은 농업과 어업 중심의 자연적 지명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기장, 장산, 해운, 수영 등 현재 부산광역시 내 주요 지역 지명은 조선시대에 이미 존재했거나 당시 자연환경에 기반하여 명명되었습니다. 경상도 내 다른 지역들도 자연적 특성을 살려 지명이 설정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진주는 넓은 평야 지역을 뜻하고, 밀양은 '밀성군'이라는 이름에서 발전한 지명입니다.
조선 후기에는 행정 편의성과 군사적 방어 목적, 중앙 정부와의 연결성 등을 고려하여 지명이 유지 또는 변경되었으며, 이러한 지명 변화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부산과 경상도의 주요 지명들은 대부분 삼국시대 또는 조선시대에 설정된 명칭이 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 전통 지명의 보존성과 역사적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2. 일제강점기 지명 변화와 특성
일제강점기(1910~1945년)는 부산과 경상도 지명 변화사에 있어 가장 극적이고 강제적인 변화가 이루어진 시기였습니다. 일본은 조선을 식민 통치하면서 전국 지명을 일본식 발음이나 표기로 변경하거나 억지로 한자화하는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이는 식민 지배를 공고히 하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전략적 목적에서 추진된 정책이었습니다. 부산과 경상도 지역은 군사적·경제적 전략 지역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기에 일본 정부의 지명 개편과 도시 개발 정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부산 지역은 일제강점기 동안 '부산부(釜山府)'라는 행정구역 명칭으로 변경되었으며, 일본은 부산을 조선 본토와 일본을 연결하는 해상 관문으로 개발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동래부 중심 전통 지명은 점차 소외되거나 축소되었고, 항만 개발과 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해 기존 어촌 마을, 자연적 지명은 대거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초량, 부산진, 범일, 좌천, 대연 등의 지명은 일제강점기 도시 개발과 함께 새롭게 도시계획에 따라 설정된 명칭들이 많았습니다.
경상도 지역 역시 일제강점기 동안 행정구역 체계 개편과 지명 변경이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기존 군현 체제는 일본식 부·군·면 체계로 변경되었으며, 일본 정부는 한국 전통 지명 대신 일본식 발음을 강조하거나 일본에서 사용되는 한자어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지명을 변경하였습니다. 진주, 밀양, 김해, 창원 등 주요 도시는 군사적·산업적 개발 거점으로 활용되었으며, 특히 마산(현재 창원의 일부)은 일제가 부마진(釜馬鎮: 부산-마산-진해)의 산업벨트 개발을 추진하며 집중 개발한 지역이었습니다.
부산과 경상도 내 기존 자연적 지명이나 마을명은 일제강점기 동안 급격히 사라지거나 공식 문서와 행정 체계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항만 개발, 철도 건설, 산업단지 조성, 군사기지 설치 등 일제의 식민 도시 개발 정책으로 인해 기존 마을 공동체는 해체되었고, 이에 따라 전통 지명은 생활 속 구술 문화로만 일부 유지되게 되었습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일제강점기의 지명 왜곡을 바로잡고 전통 지명 복원 작업을 추진하였으나, 이미 일제시대 개발된 도시구조와 행정체계에 적응한 지역은 새로운 지명이 고착화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산은 1949년 '부산시'로 승격되면서 일제강점기 '부산부' 명칭을 폐기하였고, 이후 1963년 '부산직할시', 1995년 '부산광역시'로 지명이 변화되었습니다.
경상도 역시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로 분리되어 행정구역이 재편되었으며, 기존 전통 지명은 일부 복원되거나 새로운 시 단위 행정구역 설정과 함께 변형되었습니다. 진주, 밀양, 김해, 창원 등은 전통 지명을 유지하면서 도시 개발이 진행된 지역으로, 이러한 지명 변화는 오늘날 지역 정체성과 문화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 해방부터 현대까지 변화와 문화적 가치
해방 이후 부산과 경상도 지역은 일제강점기의 지명 왜곡을 정리하고 한국 고유의 전통 지명을 복원하거나 새로운 행정구역 설정을 통해 지명 정비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부산은 1949년 '부산시'로 승격되면서 일제강점기 '부산부' 명칭을 폐기하고, 기존 동래부 일대를 포함해 새로운 도시 개발 계획에 따라 행정구역이 확대되었습니다. 이후 1963년 '부산직할시'로 승격되고, 1995년 '부산광역시'로 변경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부산 내에서는 기존 동래구, 부산진구, 해운대구, 사하구 등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되던 일부 지명이 유지되고 있으며, 동시에 과거 전통 마을명이나 자연적 지명을 도로명, 공원명, 지하철역명 등 생활문화 속에 복원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동래온천', '해운대', '수영강', '광안리' 등은 자연환경 기반 전통 지명이 현대까지 사용되며 지역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상도 지역은 1980년대 이후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로 분리되어 행정구역이 재편되었으며, 각 지역 시·군 단위로 도시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경주, 밀양, 진주, 안동, 김해, 창원 등 전통 지명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도시 개발과 관광 자원화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로서 고유 지명과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지역으로, 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함께 전통 지명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부산과 경상도 지역은 현재도 옛 지명의 흔적을 도로명, 학교명, 공원명, 역사문화재 명칭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주민들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옛 지명을 복원하고 이를 관광자원화하거나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는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지명 변화사는 부산과 경상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이며, 한국 도시 개발사와 지역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