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곳곳에는 과거 사람들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라지거나 이름이 바뀌어버린 희귀 지명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사라진 지명은 단순한 지리적 정보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 문화, 자연환경, 역사적 사건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사라진 지명을 복원하거나 그 의미를 기록하는 작업은 한국의 지역사 연구, 전통문화 계승, 관광자원 개발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역사 속 사라진 국내 희귀 지명과 그 복원 사례, 스토리, 기록의 가치를 살펴보겠습니다.
1. 사라진 지명 속 역사적 가치와 복원의 의미
우리나라에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사라진 지명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행정구역 개편, 도시 개발, 산업화 등이 진행되면서 과거 사용되던 지명이 새로운 명칭으로 바뀌거나 완전히 소멸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라진 지명 속에는 과거 지역 주민들의 삶의 흔적, 역사적 사건, 자연환경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를 복원하거나 재조명하는 작업은 문화유산 보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서울특별시 '한성'은 대표적인 사라진 지명 중 하나입니다. 조선시대 한성부는 오늘날 서울의 행정 명칭으로 사용되었으며, '한강의 성'이라는 뜻을 가진 이 지명은 당시 조선 왕조의 수도로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광복 이후 순우리말 '서울'이 공식 명칭으로 채택되면서 '한성'은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한성대입구역', '한성문화재단' 등 여러 형태로 과거 지명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과거의 지명을 복원하고 알리는 작업은 지역 역사 교육과 관광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충청남도 공주시 '웅진' 또한 사라진 지명이지만 그 복원 가치가 매우 높은 사례입니다. 백제시대 475년 고구려의 침입으로 인해 한성에서 웅진(공주)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사용된 지명입니다. '웅진'은 '웅장한 터전' 또는 '큰 땅'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이후 사비성으로 천도하면서 공식 지명에서는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공주시는 웅진성 복원사업, 백제문화제 등을 통해 이 지명을 문화관광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 지역 정체성 확립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경주시 '서라벌'은 신라 천년 수도의 옛 지명으로, '서라벌'은 '화려한 도시' 또는 '왕의 땅'이라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신라가 멸망한 이후 '경주'라는 지명으로 변경되었지만, 서라벌이라는 명칭은 여전히 문화콘텐츠와 교육자료, 지역 브랜드 등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경주 지역에서는 '서라벌문화회관', '서라벌대학', '서라벌 고등학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라진 지명을 계승하며 지역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라진 지명의 복원은 단순한 명칭 회복을 넘어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 확립, 관광자원 개발, 문화유산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후손들에게 과거의 삶과 문화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 전통 설화와 함께 기록된 스토리
사라진 지명은 종종 지역 전설, 설화, 구비문학과 결합하여 후손들에게 구전되거나 문헌으로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토리들은 지명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지역민들의 가치관, 자연관,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문화적 자산으로서 복원과 재조명 가치가 높습니다.
강원도 강릉시 '명주'는 현재 강릉 지역의 옛 지명으로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까지 오랫동안 사용되었습니다. '명주(溟州)'는 '푸른 바다의 고장'이라는 뜻으로, 동해와 인접한 강릉 지역의 지리적 특성이 잘 드러나 있는 지명입니다. 명주는 당시 고려청자와 함께 명주실, 명주옷 등 직물 산업이 번성했던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강릉 명주동, 명주문화센터 등에서 그 명칭을 계승하고 있으며, '명주실 전설', '명주옷을 짜던 선녀 설화' 등이 지역 전설로 남아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은 조선시대 읍성 마을로 유명한 지명이었습니다. '낙안'은 '편안히 즐겁게 사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낙안읍성 일대는 조선시대 군사적 요충지이자 상업 중심지였습니다. 지역 전설에 따르면 낙안읍은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머물렀다는 설화가 전해지며, 고인돌, 전통 가옥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현재는 전통문화체험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낙안이라는 사라진 지명은 지역 관광자원 개발과 문화유산 보존의 대표 사례로 손꼽힙니다.
제주특별자치도 '탐라'는 제주도의 고대 지명으로, 독자적 국가체계를 유지하던 탐라국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삼국사기와 고려사 등 고문헌에서 자주 등장하는 지명이지만, 지금은 공식 지명으로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주지역에서는 '탐라문화제', '탐라국 입구 조형물', '탐라문화원' 등을 통해 옛 지명을 복원하고 문화관광 콘텐츠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탐라국 설화, 삼성혈 전설 등 지역의 자연과 문화가 결합된 스토리텔링 자원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라진 지명이 전설이나 설화와 결합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사례들은 지역문화 연구뿐만 아니라 관광, 교육, 문화콘텐츠 개발 측면에서도 높은 활용 가치를 지니며,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3. 옛 지도와 문서로 남아있는 사라진 지명 기록 가치
사라진 국내 지명들은 옛 지도, 문헌, 문서 등을 통해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지도에 남아 있는 지명 기록은 지역 연구뿐만 아니라 역사적 공간 분석, 관광자원 개발, 지역 브랜딩 등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인천광역시 '계양'은 현재 행정구역상 존재하지만, 과거에는 '계양도호부'라는 독자적 지방행정체가 있었습니다. '계양'이라는 이름은 산세가 닭볏처럼 솟아 있다는 의미에서 유래된 것으로, 고지도나 조선왕조실록 등 여러 문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계양산 일대는 옛 지명의 의미를 살려 '계양문화축제', '계양산성 복원' 등 지역문화재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경상남도 창원시 '회원현'은 과거 '회원'이라는 독립된 지역 명칭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회원'은 '모여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로, 지금은 창원시 합포구와 회원구로 나뉘어 있지만, 옛 지도와 문서에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회원현'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문서에 자주 등장하며,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회원동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그 기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운니동'은 조선시대에는 '운니방'으로 불렸던 옛 지명입니다. '운니(雲泥)'는 구름과 진흙이라는 뜻으로, 천차만별의 차이를 의미하는 사자성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과거 고관대작과 평민이 함께 살던 지역적 특성에서 이런 지명이 탄생하였고, 지금도 종로 일대에 '운니동'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어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