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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다른 리비아 고유문화 (예절, 종교행사, 관습)

by 동글나라 2025. 4. 9.

리비아는 지리적으로 북아프리카에 위치하면서도 문화적으로는 중동 세계에 속하는 이슬람권 국가입니다. 하지만 중동의 주요 국가들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라크, 시리아, UAE 등과 비교할 때, 리비아는 독특한 역사적 경험과 부족 중심의 사회 구조, 구술 중심의 전통문화로 인해 다소 차별화된 고유한 문화적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예절, 종교행사, 일상 관습에서는 리비아만의 방식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중동 타국과의 비교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중심으로 리비아 고유문화의 특수성을 분석해 봅니다.

1. 중동과 다른 리비아 고유문화인 예절 문화

리비아 고유문화인 예절 문화는 중동 전반에서 공유되는 이슬람적 예절체계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독특한 부족 중심 공동체 문화와 결합되어 보다 보수적이고 집단 중심적인 특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다른 국가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바레인 등이 점차 도시화되며 개인주의적 예절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리비아는 여전히 가족과 부족 중심의 위계 질서와 관계성을 중요시합니다.

리비아에서는 연장자나 손님에 대한 예우가 매우 중요하며, 특히 가족 내 질서가 일상 행동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가장이 말을 시작하면 다른 구성원은 조용히 경청해야 하며, 어른이 식사 자리에 앉기 전에는 누구도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예절입니다. 이 같은 문화는 이슬람권 전체에 존재하지만, 리비아에서는 의례적으로 지켜야 할 수준으로 간주됩니다.

방문객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차별성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리비아에서는 손님이 집을 방문하면 가장 좋은 자리를 내어주고, 손수 끓인 전통 민트차대추야자를 곁들여 환영합니다. 손님이 차나 음식을 사양하더라도 최소 세 번은 권유하는 것이 예의로 여겨지며, 이를 거절하는 것도 일종의 실례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대 문화는 걸프 국가에서도 존재하지만, 리비아는 공동체 연대와 가족 명예가 걸린 중요한 행위로 인식합니다.

사회적 인사법에서도 리비아는 독특한 방식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는 세 번의 볼맞춤 인사가 일반적이며, 이는 친밀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모로코나 알제리 등 마그레브 국가들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사우디나 카타르 등에서는 포멀한 악수가 일반적이므로 확연한 문화적 차이를 보입니다.

또한 리비아에서는 부족이나 가문의 대표자에게 예를 다하는 방식이 매우 강조됩니다. 예를 들어 부족 회의에서는 가장 나이 많은 원로의 발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젊은이는 경청하고 질문보다는 수긍을 통해 동의를 표현합니다. 이는 단순한 나이 문화가 아닌, 공동체 내 질서와 연대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비아의 이러한 예절문화는 여전히 가정과 공동체 단위에서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중동 타국에 비해 구조적으로 공동체적이며, 상호 책임 중심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만드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2. 이슬람 전통과 혼합된 고유 종교행사 양식

리비아는 이슬람 수니파 국가로, 중동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라마단, 이드 알아드하(희생제), 이드 알피트르(금식 종료 축제) 등의 이슬람 대의례를 중요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의 정통적 교리와 더불어, 리비아는 부족 문화와 수피즘의 잔재가 혼합된 고유한 종교행사 양식을 유지하고 있어 중동 타국과 차별성을 형성합니다.

우선 라마단(금식월)의 실천 방식에서부터 문화적 차이가 드러납니다. 걸프 국가에서는 라마단이 되면 외식 산업이 활기를 띠고, 모스크 예배 중심으로 종교 생활이 유지되며 상대적으로 개인화된 금식 실천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리비아에서는 가족 및 부족 공동체 단위의 이프타르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일몰이 되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기도를 한 뒤, 대형 원형 접시에 담긴 전통 음식—대표적으로 바사인(Bazin)이나 쿠스쿠스—을 함께 손으로 나누어 먹습니다. 특히 농촌이나 내륙 부족 지역에서는 여성은 여성끼리, 남성은 남성끼리 식사하는 구조가 엄격히 유지됩니다. 이는 도시화된 이슬람 국가에서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구조로, 리비아에서는 종교 실천과 공동체 문화를 함께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라마단 기간 중에는 꾸란을 가족 단위로 하루 1장씩 읽는 전통이 있으며, 이 낭독은 할머니나 어머니가 중심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슬람 교리의 실천이 단순히 종교인 개개인의 역할이 아니라 가정과 공동체 전체의 참여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구조를 지닙니다.

또한 리비아에서는 자카트(자선)의 실천도 매우 공동체적입니다. 돈을 기부하는 방식 외에도, 가족이나 부족 단위로 고아, 과부, 빈민 가정을 직접 방문해 음식을 전달하거나, 필요한 물품을 익명으로 제공하는 문화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는 걸프 지역에서 온라인 자카트 시스템이나 정부 주도 시스템이 일반화된 것과 비교해 볼 때, 보다 인간적이고 전통적인 실천 방식입니다.

특히 리비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이슬람 교리상 다소 논쟁적인 성인 숭배(Saint Veneration) 문화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수피즘의 영향으로, 지역마다 유명한 종교 성인의 무덤(마자르, Mazār)을 방문하여 기도를 드리거나, 그의 생일에 맞춰 작은 축제나 공동 식사를 여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는 이집트나 모로코 일부 지역에서도 발견되지만, 사우디와 같이 엄격한 와하비즘 국가에서는 금기시되는 문화입니다.

이드 알아드하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직접 양을 도살하며, 고기는 3등분해 가정용, 친지용, 이웃·빈민용으로 나누는 전통을 지킵니다. 이 절차 또한 종교 의무이면서, 공동체 윤리와 연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문화 행위로 여겨집니다. 도시에서는 도살장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농촌에서는 여전히 가족 단위로 도살이 진행되며, 이 과정에 어린이도 참여하며 종교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학습합니다.

이처럼 리비아의 종교행사는 정통 이슬람 의례에 부족 공동체 문화와 수피 전통이 결합된 혼합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종교의 실천이 개인의 차원이 아닌 가족과 부족 전체가 관여하는 집단 행위라는 점에서 중동 타국과는 또 다른 문화적 풍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3. 일상 관습에 스며든 리비아 특유의 공동체성

리비아의 일상 관습은 아랍 세계 전체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독특한 공동체 중심 사고방식과 구술문화, 전통 노동 관행 등을 통해 중동 타국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징을 보입니다. 이는 생활 방식, 사회 규범, 심지어 말투와 대화 방식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집단 노동과 자발적 협동 문화입니다. 누군가 집을 짓거나 결혼식을 준비하면, 이웃과 친척, 부족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손을 보태는 ‘알-타와운(al-tawaun)’ 문화가 실천됩니다. 이는 이슬람의 형제애 개념과 부족 사회 전통이 결합된 것으로, 돈보다 관계와 연대가 중심이 되는 실천 문화입니다.

또한 리비아에는 말의 간접성과 존중 표현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부탁을 할 때 “당신이 기꺼이 원하신다면” 또는 “만약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같은 간접화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사회 내 관계를 조심스럽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해됩니다. 사우디나 쿠웨이트 등에서는 이러한 언어 예절이 다소 축소되는 추세지만, 리비아는 여전히 보수적인 언어 사용 문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이점은 구술 문화의 강세입니다. 리비아에서는 전통적으로 문서화보다는 말로 전하는 문화가 강하게 작용해 왔으며, 이는 격언, 속담, 시(詩), 이야기 형태로 일상에 깊숙이 침투되어 있습니다. 결혼, 장례, 출산 등의 의례에서 반드시 특정한 격언이나 축복의 말을 구사해야 하는 전통이 있으며, 이러한 언어적 관습은 리비아 사회의 감정 표현과 문화 계승의 중심 도구로 기능합니다.

음식 나눔 문화도 매우 강합니다. 리비아에서는 음식을 개인 접시에 나누기보다는 큰 원형 접시에 담아 모두가 함께 손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는 음식 자체보다 함께 먹는 행위가 관계의 본질임을 의미합니다. 중동의 다른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전통은 존재하지만, 리비아는 이 공동 식사의 관습을 여전히 일상에서 고수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리비아의 일상 관습은 관계 중심적 사고, 구술을 통한 문화 전승, 공동체 기반의 윤리 실천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중동 타국이 빠르게 도시화되고 개인화되는 가운데서도 독자적인 문화적 생명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