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문화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리비아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북아프리카와 아랍 세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나라입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리비아는 로마 제국, 이슬람, 오스만 제국, 이탈리아 식민통치를 거치며 다층적인 문화를 형성했으며, 이러한 배경은 복식, 관습, 일상생활 속에서 생생하게 나타납니다. 이 글에서는 중동 문화에 관심 있는 입문자들이 리비아의 문화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전통 복식, 사회적 관습, 생활 방식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리비아의 특색을 소개합니다.
1. 중동 문화 입문자들을 위한 리비아 전통 복식
리비아의 전통 복식은 단순한 의류가 아니라 지역 정체성, 종교적 신념, 환경 적응 방식이 모두 녹아 있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특히 중동 문화에 대한 입문자들이 리비아를 이해하려 할 때, 복식은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문화 코드이자,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질서를 반영하는 구조적 장치로도 작동합니다.
리비아의 남성 전통 복장은 사막 기후에 맞는 헐렁하고 통기성이 좋은 의복이 기본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잘라비야(Jalabiya)’ 또는 ‘디쉬다샤(Dishdasha)’라고 불리는 긴 옷이 있으며, 이는 신체를 대부분 가려 강한 햇볕과 모래바람으로부터 보호합니다. 색상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흰색, 베이지색, 회색 계열이 선호되며, 이는 열 반사를 높여 더위를 막기 위한 실용적인 이유에 기인합니다.
외출 시에는 허리띠, 베스트, 숄 등을 덧입으며, 머리에는 ‘케피예(Keffiyeh)’ 또는 ‘임마마(Imama)’라는 천을 감아 착용합니다. 이 천은 태양과 모래로부터 얼굴과 머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남성의 종교적 경건함과 사회적 성숙함을 나타내는 상징이 됩니다. 특히 케피예의 색상이나 매듭법은 부족이나 지역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어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여성의 복장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장식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아바야(Abaya)’라는 검은색 겉옷을 착용하며, 이는 이슬람 문화권 여성의 정숙함과 종교적 가르침을 반영하는 복식입니다. 아바야는 보통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로 몸의 실루엣을 감추고, 활동 시에도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후라르(Haular)’나 ‘토브(Toub)’와 같은 지역 전통 의상이 존재하며, 이는 결혼식, 명절, 종교 행사 등 특별한 날에 착용됩니다.
머리에는 히잡(Hijab), 샤일라(Shayla), 혹은 니캅(Niqab)을 착용하며, 종교적 신념이나 가족 배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얼굴과 머리를 가립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의 눈만 보이게 하는 니캅이 일반적이며, 도시에서는 히잡만 착용하는 젊은 여성도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장은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여성 개개인의 정체성과 선택을 담은 문화 표현이기도 합니다.
의복에는 장식이 빠질 수 없습니다. 특히 결혼식이나 명절에는 화려한 금실 자수, 수공예 비즈, 실크나 벨벳 재질의 직물이 사용되며, 이는 착용자의 경제적 수준과 가족의 명예를 나타내는 상징이 됩니다. 남성들도 특수한 날에는 금 자수 장식이 있는 겉옷을 입고, 은이나 전통 장신구로 꾸미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대에는 전통 복식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모던 아바야’나 ‘도시형 잘라비야’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상에서도 전통미를 지키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리비아의 복식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변화하며 문화적 지속성을 보여주는 실천적 유산입니다.
2. 관습과 예절의 미학
리비아의 사회문화는 ‘관계’와 ‘예절’을 중심으로 짜여진 전통적 공동체 기반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슬람적 가치와 북아프리카 특유의 부족 중심 문화가 결합한 형태로, 외부인에게는 다소 폐쇄적이거나 보수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호 배려와 존중에 기반한 유연한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리비아인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 중 하나는 ‘환대(Hospitality)’입니다. 손님은 신의 축복으로 여겨지며,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에게도 따뜻한 차와 식사가 제공됩니다. 민트차는 리비아 환대 문화의 상징으로, 차를 세 번에 걸쳐 따르며 각각 ‘인생의 쓴맛’, ‘중간의 균형’, ‘마지막의 달콤함’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차 문화는 단순한 음료 소비가 아니라, 대화와 교류, 관계 맺기를 위한 시작이자 완결입니다.
인사법도 문화적 관습을 반영합니다. ‘살람 알레이쿰(평화가 있기를)’이라는 인사말은 이슬람 문화 전반에서 사용되지만, 리비아에서는 이 인사에 가슴에 손을 얹는 제스처를 더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경의를 표현합니다. 남성과 남성 간에는 악수가 일반적이지만, 남성과 여성 간의 신체 접촉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여성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기보다는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예의로 여겨집니다.
리비아 사회에서는 가족, 특히 연장자에 대한 존중이 매우 강조됩니다. 의사결정은 개인보다 가족 단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결혼, 직업 선택, 이사 등 주요 선택에서 가족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는 외부인에게는 비자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동체의 안정과 상호 보호를 위한 체계로 작동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가정 내에서의 역할이 중시되며, 이는 전통적으로 교육, 예절, 종교 교육을 담당하는 사회적 책임으로 이해됩니다.
사회 내에서 중요한 의례나 축제, 장례 등은 모두 공동체 단위로 수행됩니다. 결혼식에서는 이웃, 친척, 부족원 전체가 역할을 분담하며, 음식 준비, 장식, 의례 진행까지 함께합니다. 장례의 경우에도 고인을 위한 기도, 애도 모임, 식사 나눔이 며칠에 걸쳐 진행되며, 이는 사회적 연대를 공고히 하는 기능을 합니다.
또한, 리비아 사회에서 ‘체면(Face)’과 ‘명예(Honor)’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입니다. 가족의 명예는 구성원 전체의 행동에 의해 좌우되며, 특히 여성의 언행은 가문 전체의 평가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는 일부 전통적 지역에서는 여성의 행동에 제약이 가해지는 원인이 되지만, 점차 도시화와 교육 확대에 따라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부분입니다.
결론적으로 리비아의 관습과 예절은 보수적인 외형 속에 따뜻한 공동체 정신과 사람 중심의 문화가 깃들어 있으며, 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리비아 문화와의 깊은 교류를 위한 필수적인 첫걸음입니다.
3. 리비아인의 생활 방식
리비아의 일상생활은 전통과 현대, 종교와 세속의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구성되어 있습니다. 외부인의 눈에는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환경에 최적화된 삶의 방식과 공동체 중심의 협력 시스템이 녹아 있습니다. 리비아인의 일상은 시간, 공간, 사람 간 관계를 중심으로 짜여 있으며, 도시와 농촌, 해안과 사막 지역에 따라 생활양식에도 뚜렷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도시 지역에서는 트리폴리나 벵가지와 같은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현대화된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며, 교육과 직장, 시장, 예배 공간이 기능적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상점이 문을 열고, 기도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 일정이 구성됩니다. 가족 단위의 외출, 시장 방문, 친척 방문이 빈번하며, 주말(보통 금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로 여겨집니다.
리비아의 식문화는 일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하루 중 가장 큰 식사는 보통 오후 2시경에 이루어지며, 바사인(Bazin), 쿠스쿠스(Couscous), 하라이라(Shorba) 같은 전통 음식이 중심입니다. 식사는 오른손을 사용해 손으로 먹는 경우가 많으며, 바닥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하는 문화가 여전히 유지됩니다. 식후에는 민트차와 대추야자, 전통 과자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주거 문화에서도 공동체 중심성이 반영됩니다.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대가족형 구조가 일반적이며, 사생활보다는 상호 돌봄이 우선시됩니다. 여성은 가정의 중심 역할을 하며, 교육, 식사 준비, 가정 내 예배 등을 담당하고, 남성은 생계와 외부 사회활동을 주도하는 역할 분담이 존재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도시 여성의 교육 및 직업 참여가 증가하면서 전통적 역할이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생활용품과 주택 구조도 지역에 따라 특색을 보입니다. 사막 지역에서는 천막이나 벽이 두꺼운 흙집이 주류를 이루며, 여름철에는 냉방 대신 통풍 구조가 강조됩니다. 해안 도시에서는 지중해식 아치형 구조와 하얀 벽의 주택이 일반적이며, 창문과 문에 장식이 많은 편입니다. 전통 공예품이나 직조물은 여전히 일상 공간을 장식하는 데 사용되며, 이는 생활 속 문화유산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