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는 다양한 부족이 공존하는 다문화 국가입니다. 그 중에서도 비사라, 에웨, 코토콜리 부족은 인구 구성과 문화적 영향력 면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각 부족은 고유한 언어, 종교, 의식, 예술, 공동체 구조를 통해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토고의 대표 부족인 비사라, 에웨, 코토콜리 부족의 문화적 특성을 세 가지 소제목으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각 부족의 전통과 현대적 변화, 사회 구조, 문화 의식 등을 통해 토고 문화의 다채로운 결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1. 토고 부족 문화 비사라 부족의 공동체 정신
토고 부족 문화 비사라(Bassar) 부족은 토고 북부의 중심부, 특히 카라(Kara) 지역과 그 주변 고지대에 분포하는 대표적인 토고 전통 부족입니다. 이들은 수세기 동안 토고의 북부 고원 지대에서 자급자족 농업과 금속 세공 기술을 발전시켜 왔으며, 공동체 중심의 생활 양식을 오늘날까지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비사라 부족은 토고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부족 정체성을 가진 집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공동체 결속력과 문화 전통 유지에 있어 특히 모범적인 예로 자주 언급됩니다. 비사라 사회의 핵심은 ‘씨족 중심의 상호 협력 구조’입니다. 비사라 마을은 대개 하나의 씨족 혹은 그 연합으로 구성되며, 씨족 내에는 연장자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뿌리 깊게 작동합니다. 사회의 모든 중요한 문제는 원로회의에서 다뤄지며, 결혼, 장례, 재산 분배, 분쟁 조정 등 공동체적 사안은 반드시 합의를 통해 처리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을 심화시키며, 세대 간 협력과 문화 전승의 기반이 됩니다. 전통 종교는 자연 신앙과 조상 숭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곧 공동체 정체성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을 중심에는 ‘사카라(Sakara)’라고 불리는 조상 제단이 존재하며, 이곳에서 비정기적으로 제례가 이루어집니다. 조상은 마을의 수호자로 인식되며, 주요 축제나 농경 주기 전후에는 반드시 제례를 통해 그들의 축복을 구합니다. 의례에는 춤, 드럼 연주, 동물 제물 봉헌이 포함되며, 이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은 자연과 조상, 인간 사이의 조화를 재확인합니다. 비사라 부족은 토고에서 철기 문화의 기원을 간직한 부족으로도 유명합니다. 역사적으로 이들은 자체적인 대장간 시스템을 통해 도구, 무기, 장신구 등을 제작해 왔으며, 오늘날에도 일부 마을에서는 이러한 전통 제련 방식이 실생활 속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보존이 아닌, 문화적 자부심의 표현이며, 외부인에게는 독특한 민속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언어적으로는 나움바(Nawdm) 언어군에 속하며, 이는 토고 북부 내 여러 부족들과의 문화적 교류를 가능하게 합니다. 교육은 전통적으로 마을 원로에 의한 구술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졌으며, 최근에는 초등 교육과 프랑스어 문해 교육이 병행되고 있지만, 전통 지식과 서구식 교육이 충돌하지 않도록 조화로운 접근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현대의 비사라 사람들은 도시로 진출하여 교육, 정치, 무역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각종 국가 행사나 민속 축제에서 비사라 대표단은 전통 복장을 입고 의식을 재현함으로써 전통 계승의 상징적 역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체성과 연대의식은 토고 전체에서 비사라 부족을 ‘문화적 뿌리를 지키는 부족’으로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2. 남부 최대 부족, 에웨족의 문화적 깊이
에웨(Ewe)족은 토고 남부 및 가나 동부에 걸쳐 분포한 서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부족 중 하나로, 토고 국내에서는 인구와 문화 영향력 모두에서 가장 중심적인 부족으로 평가받습니다. 로메(Lomé), 아네호(Aneho), 키팔리메(Kpalimé)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정착해 있으며, 정치, 경제, 예술, 교육, 종교 등 토고 사회 전반에 걸쳐 깊이 뿌리내린 문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에웨족의 가장 핵심적인 문화 특징은 복합적인 종교 체계입니다. 이들은 전통 부두교(Vodun)를 중심으로 다양한 자연신, 조상신, 지역신들을 숭배하며, 동시에 기독교나 이슬람 등의 외래 종교도 일부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중 종교 실천(Syncretism)이 일반화되어 있어,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고, 평일에는 조상 제단에 제사를 지내는 현상도 흔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종교적 유연성은 에웨 사회의 개방성과 통합성을 상징하는 문화 요소로 작용합니다. 에웨족은 언어적 자부심도 강합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에웨어(Ewe) 언어는 구어뿐만 아니라 문어로도 널리 사용되며, 토고 남부 방송사에서는 에웨어 뉴스와 드라마, 라디오 콘텐츠가 매일 송출됩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보존을 넘어, 문화 생산과 재현의 매체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 또한 SNS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에웨어 콘텐츠를 활발히 공유하고 있습니다. 전통 음악과 춤은 에웨족 문화의 핵심이자 세계적으로도 높은 예술적 평가를 받는 부분입니다. 아초(Atsimevu), 쿠가(Kaganu), 톤코니(Tokokui) 등의 드럼은 각기 다른 역할과 음색을 가지며, 이들이 함께 구성하는 다층적 폴리리듬(polyrhythm)은 에웨 음악의 독창성을 형성합니다. 드럼 연주는 단지 리듬 표현이 아니라 의례적 메시지, 공동체의 정체성, 조상과의 소통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춤 또한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접신, 감사, 비전 전달 등의 기능을 내포하며, 신체를 통한 세계관 표현이라는 점에서 철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에웨족의 전통 의복인 파뉴(Pagne)는 단순한 옷이 아닌 ‘몸에 입는 언어’입니다. 각기 다른 문양과 색상은 감정, 신분, 신앙, 계절,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며, 시장에서 여성들은 문양 하나로 사회적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각적 상징은 에웨 문화에서 패션이 곧 의사소통 수단이자 집단의 정체성 표출 방식임을 보여줍니다. 현대 에웨족 사회는 전통과 현대를 유연하게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화되었지만, 가족 단위의 제례와 종교 의식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에웨어 언어 교육과 전통 예술 수업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롭게 창조하고 재해석함으로써, 토고 문화의 살아있는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3. 코토콜리족의 독특함
코토콜리(Kotokoli)족은 토고 중부와 북부 일부 지역에 분포하는 무슬림 중심의 부족으로, 소코데(Sokodé)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화권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입니다. 역사적으로는 니제르와 베냉 등 인근 국가들과의 교역과 이동을 통해 상업과 교류에 특화된 부족이며, 종교와 언어, 상업문화가 고유하게 융합된 독특한 전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코토콜리족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이슬람 신앙과 토착 문화의 결합입니다. 이들은 주로 수니파 이슬람을 신봉하며, 일상생활에서 이슬람 예배와 라마단, 무슬림 결혼 의식 등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슬람 종교를 받아들이기 이전의 전통 신앙도 일부 유지되고 있어, 일부 마을에서는 전통 제례와 이슬람 예배가 공존하는 독특한 종교 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코토콜리 사회는 유연하고 융합적인 신앙 구조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코토콜리족의 언어는 템어(Tem)이며, 이는 토고 내에서 상업 언어로도 기능할 정도로 널리 쓰입니다. 특히 시장이나 장터에서는 프랑스어보다 템어가 더 자주 사용되며, 이로 인해 템어는 토고 중북부 지역의 실질적 공용어 역할을 합니다. 언어의 실용성은 곧 부족의 경제력과 교류 중심의 정체성으로 이어지며, 타 부족과의 상호 소통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합니다. 사회 구조는 씨족 중심이지만, 종교 지도자(이맘)와 세속 지도자(촌장)의 역할이 분리되어 있어 균형적인 권력이 유지됩니다. 종교 교육은 지역 내 이슬람 학교를 통해 이루어지며, 어린 시절부터 아랍어 암송과 꾸란 교육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프랑스어 교육도 병행되어, 이중 언어 사회로서의 특징을 분명히 나타냅니다. 코토콜리족의 예술은 비교적 소박하지만 의미가 깊은 편입니다. 전통 악기인 카카키(금속 나팔), 손북(hand drum) 등을 활용한 종교 음악은 축제와 혼례식, 명절에 연주되며, 전통 춤은 군무보다는 개인의 내면적 경건함을 표현하는 형식이 많습니다. 의상은 이슬람 전통 복식을 기반으로 하며, 여성들은 화려한 히잡과 색감이 강한 가운을 착용하고, 남성들은 자주 수놓인 카프탄을 입습니다. 오늘날 코토콜리족은 상업, 교육, 종교,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국제 이슬람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공유와 문화 교류가 활발합니다. 이들은 토고 내에서 가장 다문화적 요소를 많이 품고 있는 부족으로, 종교적 정체성과 실용적 삶의 방식이 절묘하게 결합된 문화 공동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