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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폴리와 벵가지의 전통문화 차이 (축제, 음악, 음식)

by 동글나라 2025. 4. 6.

리비아는 동서로 넓게 펼쳐진 지형과 다양한 민족, 부족의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로, 지역 간 문화적 차이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서부의 수도 트리폴리(Tripoli)와 동부의 중심 도시 벵가지(Benghazi)는 지리적 위치, 역사적 배경, 외세 영향 등의 차이로 인해 전통문화에서도 상이한 특성을 형성해 왔습니다. 본문에서는 트리폴리와 벵가지의 전통문화 차이를 축제, 음악, 음식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리비아 문화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조명합니다.

1. 트리폴리와 벵가지 축제 문화의 온도차

트리폴리와 벵가지는 각각 리비아의 서부와 동부를 대표하는 도시로, 축제 문화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트리폴리는 수도로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고, 오스만 제국과 이탈리아의 식민 통치를 거치며 유럽 문화와의 교류가 많았던 도시입니다. 이러한 배경은 트리폴리의 축제 문화에 개방성과 다양성이라는 특징을 부여했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는 종교적인 명절 외에도 현대적인 공연, 예술 전시, 문학 행사, 영화 상영, 청년 문화 이벤트 등 도시민의 감성과 국제적 감각이 반영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트리폴리 문화 주간’은 예술가, 작가, 음악인들이 모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행사입니다. 이외에도 국제 여성의 날, 세계 책의 날 등 글로벌한 이슈를 반영한 기념 행사도 다채롭게 열립니다. 축제 공간도 현대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으며, 야외 공연장, 예술 거리, 커뮤니티 센터 등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와 SNS를 통한 축제 홍보 및 참여가 활발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트리폴리 축제는 점점 더 현대적인 문화 소비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주요 명절인 라마단과 이드 알피트르, 이드 알아드하 기간에도 트리폴리의 축제는 비교적 화려하고 도시적인 성향을 띕니다. 거리에는 조명이 켜지고, 공공장소에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와 음식 부스, 문화 공연이 열리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 축제장으로 변합니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의 참여가 활발하며, 이 기간 동안 전통 의상 패션쇼, 지역별 요리 전시, 전통무용 경연대회 등이 개최되어 지역 문화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창구가 되고 있습니다.

반면, 벵가지의 축제는 보다 공동체적이고 종교적인 성격이 짙은 편입니다. 벵가지는 역사적으로 보수적인 이슬람 종교 중심지로서 기능해왔고, 공동체 연대와 부족 문화가 축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축제의 규모나 외형보다는 그 의식의 의미와 사회적 유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대부분 종교와 관련된 명절, 부족 간 행사, 교육적 목적의 문화 이벤트로 구성됩니다. 예를 들어, 라마단 기간 동안 벵가지에서는 이프타르를 공동체 단위로 준비하고 함께 나누며, 신앙과 연대감을 확인하는 의례적 행위가 축제의 주요 내용이 됩니다.

벵가지에서는 부족별로 진행되는 전통 축제도 남아 있으며, 이는 전통 무용, 시 낭송, 꾸란 암송 대회, 의례복 착용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여성과 어린이의 참여는 제한적인 경우가 많고, 남성 중심의 전통 축제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공연이나 서구적 콘텐츠가 포함되는 경우는 드물며, 축제의 공간도 종종 모스크 인근, 학교, 부족 회관 등 종교적 또는 공동체 중심 공간에서 이뤄집니다.

결론적으로 트리폴리의 축제는 도시화와 국제화를 반영하는 열린 문화의 장이라면, 벵가지의 축제는 공동체 정체성과 종교적 전통을 보존하려는 의식 중심의 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도시의 축제 문화는 단순한 지역 행사 그 이상으로, 각기 다른 사회적 가치관과 문화적 태도를 대변하는 리비아 내부의 문화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창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2. 전통음악의 결속과 해방

음악은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예술 형식이며, 리비아의 동서 양대 도시인 트리폴리와 벵가지는 음악에서도 상이한 표현 구조와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리폴리의 음악은 역사적으로 지중해 연안 문화와 아랍 민속음악이 융합된 형태로, 예술성과 감성, 개방성이 강조된 스타일입니다. 반면 벵가지의 음악은 공동체 의례, 신앙적 실천, 부족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된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음악 문화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트리폴리에서는 ‘알 말후나(Al Malhouna)’라 불리는 전통 민요 장르가 대중적이며, 이 음악은 사랑, 그리움, 고향, 계절 변화 같은 일상적이고 감성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리듬은 느리고 감미로우며, 보통 루트(oud), 다르부카(darbuka), 리크(riq) 등의 악기와 함께 연주됩니다. 여성 가수나 여성 합창단의 활동도 활발하고, 전통악기와 현대 악기가 결합된 퓨전 스타일 역시 점차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결혼식, 문화행사, 소규모 콘서트 등에서 음악은 중심 콘텐츠로 활용되며, 트리폴리 시민들은 음악을 통한 자아 표현과 정서적 소통을 중요한 문화적 자산으로 여깁니다.

음악 공연은 일반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음악을 감상합니다. 특히 현대 젊은층은 전통음악을 전자음악, 재즈, 팝과 융합하여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트리폴리를 리비아 내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진보적인 음악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지에서 트리폴리 출신 아티스트의 음악이 공유되며, 이는 국내외로 리비아 음악문화의 확산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벵가지의 음악은 여전히 종교적·전통적 기능 중심의 음악이 주를 이룹니다. 무카마(muqama)와 같은 종교 성가 형식이 주요하며, 꾸란 낭송 스타일의 멜로디와 리듬이 포함됩니다. 악기의 사용도 제한적이며, 사람의 목소리와 리듬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성 합창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음악은 사회적 메시지나 신앙적 가르침을 담고 있으며, 음악 그 자체보다 그 내용과 의미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서는 부족 전통 음악과 함께 남성 중심의 전통 무용이 어우러지며, 이는 음악이 단순한 청각 예술을 넘어 공동체 소속감을 확인하고 전통을 재확인하는 장치로 기능함을 보여줍니다. 벵가지에서는 여성의 음악 참여가 여전히 제한적이며, 공연이나 창작보다는 보존과 전수에 집중하는 모습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결론적으로, 트리폴리의 음악문화는 창작과 감성, 실험과 표현이라는 예술적 본능을 중심으로 발전한 반면, 벵가지의 음악문화는 신앙, 공동체, 정체성의 보존이라는 사회적 목적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 두 지역의 음악은 각각의 가치와 문화를 반영하며, 리비아 음악 전통의 다양성과 깊이를 구성하는 상호 보완적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3. 음식문화의 풍미

리비아의 전통 음식은 전역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만, 트리폴리와 벵가지의 식문화는 조리 방식, 향신료 사용, 식사 예절 등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트리폴리의 음식은 지중해 연안 특유의 풍미를 기반으로 하며, 올리브유, 토마토, 레몬, 마늘 등을 적극 활용한 산뜻하고 다채로운 맛을 자랑합니다. 대표적인 음식인 바사인(bazin), 쿠스쿠스(couscous), 시르바(shorba, 수프) 등은 식재료의 조화와 향신료의 섬세한 배합으로 요리되며, 요리 방식에서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도시적 감성이 느껴집니다.

트리폴리에서는 식탁을 하나의 문화적 장으로 인식하며, 가족 및 손님과 함께 나누는 식사 자체가 중요한 의례로 여겨집니다. 정찬에는 전통 찻잔에 따른 민트 차가 필수로 제공되며, 디저트로는 대추야자와 꿀을 활용한 간식이 인기입니다. 요리에는 계피, 강황, 커민, 고수씨 같은 향신료가 풍부하게 사용되며, 이는 음식의 복합적인 맛과 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반면 벵가지의 음식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실용적인 조리법을 따릅니다. 향신료 사용이 절제되어 있으며, 음식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합니다. 벵가지 지역에서는 육류와 밀가루를 중심으로 한 식사가 많고, 튀김보다는 삶거나 구운 조리법이 선호됩니다. 대표적으로 전통적인 밀가루 반죽 음식인 '밥브 바사인'이 자주 등장하며, 이는 손으로 먹는 전통방식 그대로 유지됩니다.

벵가지에서는 식사 예절에서도 검소함과 절제가 강조되며, 식사는 신의 은총에 감사하는 신앙적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족 중심의 식사는 물론, 라마단 기간에는 공동체 전체가 모여 이프타르(일몰 후 식사)를 함께하는 전통이 여전히 활발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식문화는 단순한 음식 섭취를 넘어 종교적, 사회적 정체성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트리폴리의 음식문화는 미각과 미학의 조화를 추구하는 도시적 문화이고, 벵가지의 음식은 실용성과 공동체 가치를 강조하는 전통적 성격이 강합니다. 두 지역 모두 리비아 식문화의 중요한 축을 이루며, 각기 다른 맛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